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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yeon Lee <LINK>

​이지현 <LINK>

2022.02.10 - 03.31

tue-fri, 11am to 7pm

sat, 11am to 5pm

2022_0124 (3).jpg

이지현의 회화엔 익숙한 이미지들이 반복적인 분할과 켜켜이 겹쳐져있는 상태로 등장한다. 화면은 인터넷에 흘러 다니는 자연의 이미지, 익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로 채워져있다.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수 많은 이미지들은 링크되어 순간 이동을 시작한다. 이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화면에 박제 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바로 그 짧은 순간의 시간성 속에 잘 숨겨져 있다.

 

웹 환경 속 페이지가 열렸다 닫히고, ‘바로가기’가 실행되는 순간들은 찰나의 시간성 뿐만 아니라 세상 어디든 클릭 한번으로 링크 될 수 있는 ‘하이퍼’한 영원의 공간성도 함께 부여 받는다. 링크 행위는 단순히 사용자가 링크하는 즉시 다른 파일을 가져다 그 내용을 보여 준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작가는 ‘즉시’라는 순간 뿐만 아니라 공간도 함께 잘라 낸다. 화면 속에 이런 찰나를 캡쳐해 늘어놓고, 켜켜이 쌓아올려진 이미지를 통해  자신이 머무는 시공간을 표현하는 중이다. 평면적으로 잘려나간 이미지는 그 순간을 표현하지만 그 순간들이 모여 시간이 형성되면 움직임을 드러난다. 그 움직임은 다시 아주 짧은 시간에 포착되는 이미지로 분할한다. 작가는 GIF파일 만드는 과정을 모티브 삼아 움직이는 순간을 화면에 캡쳐하여 드러내고 그 위에 불현듯 떠오르는 이미지를 심어 다시 움직임을 반복시키고 있다.

그는 휴식이 필요할 때 ‘호수’를 링크 했고, 변화가 요구될 때 ‘요시’를 링크 했다. 자연의 이미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되는데, ‘Lake’(2021)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적 없는 공간이다. 휴식이 간절할 때 찾게된 인터넷 ‘호수’ 이미지는 캔버스 위로 올라와 스스로 자기증식 되고, 시공간성을 부여 받는다. 하지만 이내 뜬금없는 ‘요시’의 등장을 통해 변화가 시작된다. ‘Picnic’(2021)에서 요시는 자유자재로 화면을 공유하고 점유해 간다. 힘을 가진 막강한 존재로서의 등장을 예고한 요시는 끊임없이 생동하고 있는 과정을 설명하는 듯 다른 이미지를 침범하고 뒤엉키고 확대되다 축소하며 변화한다. 이 과정들 속에 ‘Boat’(2021) 와 ‘Voyage’(2021)에서는 요시라는 캐릭터는 확대되다 못해 픽셀화되어 시각적으로는 형태를 소멸해 가지만 다시 한번 요시는 정체를 드러낸다. 자신의 레이아웃으로 크롭되어 한번은 빨간머리 앤을 통해, 한번은 자신의 분해되어가는 픽셀을 통해 드러나진다. 여기서 작가는 픽셀화된 요시에서 다시 요시의 레이아웃으로 크롭되는 행위는 실재하는 작가의 미술하는 자아와 연결시킨다.

 

즉자적으로 튀어나온 개성강한 이미지들은 작가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 링크되는 순간의 영원과 공간으로 전환되는 찰나는 바로 현실에서의 양육자의 정체성이 조우하는 순간들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작가가 포착한 화면 속에 개인의 삶의 순간과 흔적이 함께 겹쳐지는 것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작가의 아이가 색칠놀이 했던 종이와 자신이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그려 함께 꼴라주한 드로잉 작품들을 통해서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작가에게 부여된 삶과 그 흔적들은 평면 속에 작가에 의해 링크되는 순간이 포착되어 서로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병치되어 뒤섞이는 리좀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것은 서로가 서로를 배경으로, 겹겹의 레이어들과 함께 엉키고 뒤섞여 모호해지기 시작해 뜬금없는 캐릭터들과 함께 변주와 변모를 거듭하게 됨을 설명한다. 누적된 순간들과 그 틈을 노리는 이미지들은 서로 비선형적인 서사 구조를 드러내고, 이것은 작가 개인의 삶과 삶 속의 새로운 관계로 인해 다양하게 의미가 부여된 내러티브들을 주목하게 하게 만든다.

 

내러티브는 전시 <링크>의 시작점에 있는 호수 이미지로부터 시작하도록 전시장 안에 설계되어있다. 그러나  ‘lake’(2021) 에서 시작해 ‘seven’(2022)로 이어지는 긴 여정은 사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명확하지 않다. 마치 1년 간 긴 작업 시간을 거쳐 탄생한 작업들은 조각난 이미지들과 찰나를 기록해 늘어놓은 화면 뿐 만 아니라, 전시와 전시장에서도 이러한 관계의 매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서로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사실 설치된 작품과 작품 사이의 물리적인 틈 조차 그냥 방치되지 않고, 페이지에서 페이지로 연결되는 동작을 하나하나 화면을 분할하여 위치시키고 각 틈새에도 그 관계성에 의해 관섭받는다.

 우리가 흔히 ‘링크’라고 하는 단어는 넓은 의미에서 ‘연결하다’을 뜻하지만, 그가 이루고자하는 즉시적 행위는 시공간을 넘나들고, 비선형적이다. 작품을 관람하는 자와 작품이 설치된 전시공간 속에서 그들간의 인터페이스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설명되고 완성되는 것이다.

글 / 최다영

photo by Ian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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