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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jeong Koo
구은정

A Turbulent Core, A Gentle Fist
떨리는 중심, 부드러운 주먹
2021.11.12 - 12/17

photo by Seungwook Yang

떨리는 중심 부드러운 주먹’은 일반적인 단어의 뜻을 빗겨간 반대적인 상태의 언어를 병치하여 벌어지는 내적 혼란스러움과 그로 인한 유희적인 상상을 기대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신작들의 모티브로 설정된 상징적 설명으로, 연작의 작품명이자 전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영상, 퍼포먼스, 입체 작업으로 자신의 소소한 감정과 기억을 여러 가지로 재현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감각적인 조각 언어를 구사한다. 작업을 직접 만져보고, 따라하고, 훈련할 수 있도록 설정된 전시 공간은 그가 그동안 고민한 조각의 즉물적인 실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하고 있다. 

<떨리는 중심 부드러운 주먹> 전시는 구은정이 작년에 먼저 선보인 ‘Straight Position (2020)’에서 출발한다. 스트레이트 포지션은 7분 가량 녹화된 상이다. 작가가 직접 등장해 동작을 하나, 하나 우리가 따라할 수 있도록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복잡하고 까다롭게 연결된 움직임들은 일반적인 사람이 따라하기엔 무리가 있다. 영상 속 수련 혹은 수행과 같은 움직임은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 마치 각각의 기호로 된 몸짓들이 연 결되어 자신의 상태를 설명한다. 수없는 연습과 그로인해 매끄럽게 짜여진 동작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마치 끊임 없이 움직이는 유동의 조각처럼 보인다.

그는 사적인 마음과 정서 상태에 대해 살피고, 그로인한 행동과 태도를 관찰한 수사학적 언어의 결과물들을 ‘마음 조각’이라고 이름지었다. 그가 만들어낸 작은 조각들은 청각과 촉각적 즉물성에 집중하고 있다. 만져 볼 수 있는 물성은 시각을 통해 지각된 것보다 훨씬 다양한 정서 상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게 된다. ‘만지는 마음 (2021)’ 작업은 푹신하고 부드러운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매끄러운, 거친, 반질반질한 조형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만지기에 아주 적당한 사이즈로 제작되어 있다. 만지는 조각은 올 초 탈역우정국에서 열린 <초대의 감각> 전시에서 먼저 선보인 작업이다. ‘보는’ 것과는 다른 감각들을 활용하여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정서적 정보들을 전달하고 이 를 통해 섬세하고, 유연한 소통을 이어간다. 더불어 전시장 벽에 설치된 된 책자는 작품이 번역되어 로 ‘읽히는 조각’을 설치해 두었다. 만져본 물성을 다시 한번 작가의 번역을 통해 읽혀지게 된다.

 

이번에 새롭게 제작된 무기형태의 조각 시리즈 또한 이러한 정서와 감각에 대한 새로운 번역의 제안이다. 실상 무기들은 자신을 지키는 도구이자, 심신을 단련하는 운동적 효과를 갖고 있는 것인데 그에 의해 새롭게 제작된 무기 들은 자신을 방어하거나 단련을 위해 특별한 기능을 갖지 않는다. 적당히 ‘쓸모없는’ 이것은 특별한 용도는 없지만 자신 스스로를 조련하기에 적당하다고 보인다. 육체보다는 마음의 수련에 집중한 무기 형태를 지닌 조각들이다. 흔들리는 과녁, 부드러운 봉, 뽑히지 않는 칼, 떨리는 활 등은 작가 개인의 사적인 기억의 흔적에서 기인되고, 이 흔적은 전설속에나 있었을것 같은 다양한 모양의 무기들로 드러난다. 은유와 환유의 장치가 혼재 된 각각의 시적인 형태들은 사용하는 자에 따라 제각기 이 용도를 해석되어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무기들 의 정체성은 워낙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것이기에 이를 통해서는 어떤 것도 확실하고 정확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그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구은정의 입체 작업을 통한 사사로운 마음들의 수사학적 연구는 무분별한 이분법적 외부 세계를 향한 수련이자 수행적 태도를 취한다. 그는 미술 뿐만 아니라 보편과 문화, 역사적 이분법의 태도를 견제하고 언어, 쓰기 및 사상 의 경계를 넘나드는 규정할 수 없는 자신만의 정체성과 그에 의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조각가이다.

글 / 최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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